고창농악 판굿
판굿, 관객의 신명을 이끌어내다
전라북도 6시 8군 중 하나인 고창은 여러 번의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고창·무장·흥덕이 병합돼 지금에 이르렀다. 지역 곳곳에 고인돌이 있고 다양한 유물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선사 시대부터 여러 문화가 싹을 틔운 곳으로 추정하며, 노령산맥이 가로지르고 있어 낮은 구릉성 산지를 이룬다. 고창에는 답성놀이(성밟기)라고 하는 독특한 민속놀이가 전해지는데, 특히 윤달이면 읍성인 모양성 성곽 위로 올라가 열을 지어 돌며 무병장수를 빌었다고 한다.
고창농악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호남우도농악의 하나로, 더 넓게는 영무 장농악에서 그 연원을 찾는다. 과거 고창과 영광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세습무계 걸궁패를 통해 고창농악이 계승된 것으로 본다. 우도농악은 정읍·김제·이리·부안·고창·영광 등 전라도의 평야 지역에서 전승되는 형태로, 다양한 가락으로 구성되지만 현재는 주로 판굿 형태로 공연된다. 고창에서 농악은 정월 당산제와 여름 농사철에 집중해서 연행됐다. 마을 공동체에 기반하면서도 세습무계 집단이 얽혀 있어 마을 농악과 예능이 결합한 형태로 전해진 것이 특징이다.
고창농악에는 문굿·당산굿·샘굿·줄굿·매굿·풍장굿·판굿·도둑잽이굿 등 다양한 종류가 포함되는데, 그중 판굿은 치배와 잡색의 기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이다. 농악에서 연행되는 가락과 진풀이, 여러 종류의 놀이가 집중되기 때문에 판굿이 고창농악의 핵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또한 판굿에 군사놀이와 농사풀이가 함께 나타나는 것은 이 종목만의 특징이다.
가락의 흐름에 따라 독자적인 구성을 갖춰 관객의 신명을 끌어내는 판굿. 흔히 걸립패와 남사당패의 종합예술로 여겨지는 판굿은 단순히 치배들의 기량을 보여주 는 연희의 목적만 아니라 사람들이 지닌 염원을 공동체적인 신명으로 표출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렇기에 판굿은 고창농악 중 한 부분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며, 대부분의 굿판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놀이를 일컫기도 한다.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고창농악 판굿을 보면 그 특색을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군사놀이와 농사풀이의 형태가 함께 드러나는 부분이다. 마치 병정놀이를 하듯 두 패로 나뉜 치배들이 둘째 마당에서 대결하는 것처럼 진을 바꿔가며 기교를 펼친다. 셋째 마당인 호허굿마당에서는 모두가 둥글게 서서 농사짓는 모습을 표현한 동작을 보여준다. 또 하나는 대포수를 포함해 양반·망구·참봉·각시·중광대·조리중·동방 치마 아가씨 등 열두 잡색이 출연해 판의 분위기를 더욱더 흥겹게 만든다는 것. 각각의 역할에 충실한 잡색들의 춤과 몸짓, 연기를 눈여겨보자.
지난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은상(2018)과 동상(2019)을 연거푸 수상한 강호항공고등학교는 전북농악의 전승을 활성화하기 위한 1시군 1전승학교의 하나로, 2016년부터 고창농악 전승학교로 지정됐다. 20여 년 가까이 운영된 교내 농악반의 실력을 기대해도 좋다.
고창농악 판굿의 핵심이라면 전체 속에서 개인이, 또 개인 가운데 전체가 흐드러지게 놀며 만드는 신명이다. 오채질굿마당·오방진마당·구정놀이 등에 나타나는 다채로운 진풀이와 가락, 열두 잡색의 놀이를 놓치지 말 것. 이 모든 장면 속에 푸진 가락과 몸짓 발짓이 어우러지는 미학이 깃들어 있다.
주요 장면 구성
1. 입장굿
2. 오채굿마당
3. 오방진 마당
4. 호허굿 마당
5. 구정놀이 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