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진례 신월지신밟기

 안택을 기원하는 연희

김수로왕의 가야 건국 신화를 품고 있는 경상남도 김해는 드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어 예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가야의 웅장한 지체가 여전히 후광으로 빛나고 있으니 말이다김해 안에서도 서쪽으로 창원과 가까이 있는 진례마을은 열두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졌는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토지 정리를 통해 지금의 진례면이 됐다.

진례 신월마을은 광복 즈음 ·보리·  곡류를 재배하는 농경지가 근방에서 가장 크기로 유명했다집집마다 농사를 크게 지은 덕에 인근 창원과 진영에서 머슴·일꾼들을 데려다 추수를  정도였다고 한다농업이 마을의 주요 생업이었기에  해의 풍년과 무운을 비는 세시풍속이 발달했는데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지신밟기였다마을에는 언제나 농악대의 풍악이 활발히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농악대가 집집을 돌며 지신을 달래고 복을 기원하는 민속놀이인 지신밟기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연행되기도 했으나 특히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곳곳에서 이뤄졌다지역에 따라 어떤 목적으로 행하는지에 따라 지신밟기·매귀·풍장치기·터밟기·두레놀이·지신굿·걸립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데지신밟기라는 이름은 집터와 집안 대지를 지키는 지신의 심술궂은 기운을 눌러준다는 의미가 있다풍물패가 앞장서고  뒤로 소고재비와 양반·하동·포수·머슴·각시  잡색이 줄지어 따르며 마을의 당산을 시작으로 여러 집을 돌며 지신을 밟고춤과 재주를 펼친다집마다 고사상을 올리고 걸립을 통해 마을의 공동 비용을 모금하며 와중에 연희를 펼친다는 점에서 지신밟기는 단순한 마을신앙의 측면 외에 연희와 공연의 성격도 띤다.

신월 지신밟기의 모체로   있는 진례신월농악은 일제 강점기 탄압에 의해 잠시 중단되었다가 광복 이후 전국농악경연대회가 개최되던 시기에 재기했다당시 농악을 하던 이들이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신월마을만 아니라 다른 마을까지 지신밟기를 하러 가곤 했다고 전해진다신월마을의 지신밟기에는 다른 마을과 다른 부분이 있다마을을 돌기 전에 진례천을 보며 인사를 하는 개고랑굿이다냇가를 경계로 상류와 하류의 모든 사람들이 태평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절씩 짤막하고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성주굿 역시 중요 감상 포인트다.

풍물은 상쇠와 종쇠를 필두로 장구···벅구그리고 잡색으로 이뤄진다개고랑굿·당산굿·조왕굿  다양한 장면이 있지만그중에서도 성주굿에  비중을 둔다단순히 건물로서의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모든 것을 보살피고 가정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점에서 성주신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집을 새로 지을  ‘ 성주님을 모신다 표현하듯이가택의 운수를 관장하는 성주신에게 올리는 굿을 주축으로 전체 장면을 꾸렸다신월 지신밟기의 성주굿은 2소절을 기준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1소절씩 읊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지신풀이의 흐름이 더욱 박진감 넘친다 고사소리에는 지역의 사투리가 스며 있어 신월마을 특유의 토속적인 풍경을 느낄  있다.

현재 진례신월농악과 지신밟기는 1946 1 상쇠 심일문을 시작으로 3대까지 이어지고 있다올해 대회에는 김해농악보존회 회원 60 명이 참여하며, 3 상쇠로 활동하는 심일문의 자제 심재수가 상쇠로 나서 진가를 보여줄 예정이다.

 


주요 장면 구성

 1. 길놀이와 당산굿 

정월 대보름에 앞서 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풍물패가 길굿을 치며 마을을 돈다본격적인 지신밟기에 앞서 마을의 당산나무에 가장 먼저 굿을 올리고 고사를 지낸다

2. 문굿 
지신밟기를 진행할  앞에서 크게 소리를  주인에게 풍물패의 도착을 알린다노래와 장단이 시작되면 집주인은 대문을 활짝 열어 이들을 맞이한다. “주인 주인 문여소나그네 손님 들어가요” 

3. 성주굿 
기수를 따라 사람들이 차례로 마당에 들어선다성주 앞에는 멍석을 깔고 고사상을 차려 집터를 밟는 성주굿을 진행한다모든 가족과 자손이 건강하도록 조상님이 굽어 살피기를 기원한다대감과 마님이 고사상에 술을 올릴 준비를 마치면 소리꾼이 소리를 시작한다

4. 마당놀이  퇴장  

소리꾼과 악사가 마당놀이를 펼친다주변으로 잡색과 마을 사람들이 어우렁더우렁 덧배기 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을 즐기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