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용굿

기우제는 갑자기 닥친 가뭄이라는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구복 행위로 전국 어느 곳이나 전승되었던 부정기적 의례였다. 엄숙하고 느슨한 제의보다는 고통과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강렬한 주술행위와 몸짓으로 비를 구하는 의식이다. 하지만 과학문명의 발달로 기우제 12제차의 전승은 단절되었다. 강릉지역에서도 명산대천제, 도교식 초제, 석척기우를 비롯한 무격기우, 화룡기우, 용굿기우 등이 산발적으로 채록되는 등 고증과 문헌으로 기우제의 전승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939년 가뭄 때 강릉 남대천에서 열린 용굿 기우제를 촬영한 사진 한장은 그 어떤 기록이나 고증보다도 확실하고 실증적으로 기우제의 전승을 증언하고 있다. 강릉용굿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문헌과 고증 그리고 사진이 전하는 확고부동한 증거물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에는 용의 모습을 비롯한 기우제 관련 물품과 무구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제장을 재현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사진으로 측정이 어려운 크기와 색, 형태 등 세부적인 부분에는 지역 학자와 문화계 인사들이 용굿을 기억하고 문헌과 고증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강릉용굿의 복원에 힘을 보테고 있다.

1. 입장
비가 내리지 않아 근심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고을사람들의 마음을 비를 내려달라는 간절한 노래로 천신과 용신에게 빌어본다.
2. 용굿터 지신밟기
토룡을 만들기 전에 먼저 터를 눌러주는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은 무악과 농악이 참여하고, 마을주민들이 합류하여 밟는다. 지신밟기는 토룡의 몸통이 만들어질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넓게 퍼져서 자유롭게 시작하여 점차 중앙으로 몰아간다.
3. 토룡 만들기
지신밟기가 끝나면 용의 머리 부분으로 이동하여 돌과 진흙으로 용의 몸통을 S자 형태로 만든다, 용의 머리 부분에서 시작하여 용의 꼬리 방향으로 진행하며 큰 돌을 이어서 몸통의 틀을 만들고 미리 물에 개어 놓은 진흙을 몸통에 바른다. 그리고 진흙을 바른 곳에 손가락으로 용의 비늘을 그린다. 용의 머리에서 몸통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갈기는 짚으로 만들고, 용의 꼬리는 짚과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만든다. 토룡을 만들 때 비가 오기를 기원하며 축원 노래를 주고받는다.
4. 용굿
토룡이 완성되면 무녀는 용의 머리를 덮었던 천을 걷고 제단에 제물을 진설한다. 제물은 커다란 시루와 과일, 향, 초 등 간단하다. 무악을 시작으로 양종(악사, 남자)과 주무(여잠당)는 용굿을 시작한다. 용굿은 부정굿으로 시작하는데 주무는 물을 담은 바가지와 신칼을 들고 굿을 한다. 부정굿의 마무리는 긴 소지를 태워서 제단을 가셔낸다. 이어서 강릉 토룡기우제 용굿의 주요 신인 용신을 중신으로 성황신, 칠성신, 산신, 지신 등을 모시는 청배무가를 구연한 다음에 비를 기원하는 축원무가를 구연한다. 마을주민들은 비손을 하거나 제단에 나와서 절한다. 용굿의 축원무가가 끝나면 무악을 중심으로 팔무당춤이 시작된다. 제단에서 굿을 하던 주무의 굿춤이 토룡을 돌기 시작하면 나머지 일곱 무녀가 따라가며 함께 춤을 춘다. 팔무당은 춤을 추며 “천신이여 용왕이여 비를 내려 주소서”라고 노래하며 토룡의 주변을 돈다.
5. 폭용(토룡 자극하기)
토룡기우제는 용굿을 하고 음악으로 용을 자극한다. 마을주민들 중에서 남자들의 청의(靑衣)를 입고 항아리를 두드리며 용을 자극하고 여자들은 버드나무가지로 토룡에 물을 뿌리며 자극한다. 항아리 속에 도마뱀을 넣고 청의를 입은 동자 수십명이 징을 울리면서 버드나무가지로 항아리를 치며 ‘도마뱀아 도마뱀아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하여라, 주룩주룩 비를 쏟아지게 하여라 그러면 너를 놓아주마’하고 노래한다.음악은 덧뵈기, 삼채, 휘모리장단 등인데 점점 빠른 장단으로 나아가 절정에 이르고, 마을주민들은 물동이, 바가지, 버드나무가지 등을 들고 토룡의 주변으로 흩어지며 사방으로 격렬하게 물을 뿌린다.
6. 한마당놀이
비가 내리면 고을사람들은 기뻐하며 모두가 어우러져 춤을 추며 한마당 놀이가 펼쳐진다. 한마당은 토룡을 한 바퀴 돌아 자연스럽게 퇴장으로 이어 진다.